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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호이야기

위대한 맏형’ 장민호의 눈물,직접 뵈니 힘이 솟습니다, 미스터 트롯부산 콘서트,BTS Jang Min-ho,

www.youtube.com/watch?v=yGAbmXJ-Jo0

 

 


그의 ‘매력포인트’인 왼쪽 두 번째 눈가 주름이 씰룩였다. ‘맏형’으로 모두를 보듬었던 장민호였다. 그가 마이크를 멀리하며 말했다. 그의 눈은 웃고 있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몇번이고 울었는지 모른다. 이런 무대를 몇번이고 원했다던 그였다. 이미 트로트계에선 ‘트로트 BTS’로 불릴 만큼 스타였지만, 미스터트롯 동료들과 서울에 이어 부산을 찾는다는 것이 그에겐 또 다른 책임감과 즐거움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부산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30일부터 열린 ‘내일은 <미스터트롯> TOP6 전국투어 콘서트’. 첫날 후배들에게 마이크를 되도록 양보했던 그는 10월의 마지막이었던 둘째 날, 마이크를 다시 잡았다. 그의 상징색인 흰색을 입은 마이크가 무대에서 빛났다. 코로나 때문에 목놓아 장민호의 이름을 부르며 응원했을 팬들 대신, 플래카드와 응원봉을 온몸으로 흔들며 존재를 알리는 팬들을 보면서 그는 쉽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동료가 아프거나 혹은 경사가 있거나 고민이 있거나 힘들 거나 그 어떤 일이 있을 때면 항상 먼저 동료에게 귀 기울이고, 직접 찾았던 ‘극강의 공감능력’ 장민호이기에 트롯맨을 향한 팬들의 응원에 자신도 함께 응원을 보내는 그였다. 톱6는 1일까지 이어지는 5회 공연으로 부산 콘서트를 마무리하고 다음 주 광주로 향한다. 이틀간의 부산 공연을 바탕으로 멤버들 각각의 활약상을 정리했다.
장민호의 진심은 표정이 말해줬다. 그가 팬에게 전하고 싶은 자신의 노래를 저 밑에서부터 끌어올려 한 소절 한 소절 뽑아낼 때 얼굴 근육은 함께 흔들렸다. 눈가부터 입술 끝까지 ‘혼신’이라는 글자는 바로 장민호였다. ‘미스터트롯’ 경연 ‘인생곡’이었던 ‘남자라는 이유로’에 이어 ‘상사화’를 부를 때 화면 가득 클로즈업되는 그의 얼굴은 고단하고 지난했던 인생을 대신 이야기해주는 듯했다. 23년간의 그의 노래 인생일 수도 있고, 우리의 응어리진 고됨을 대신 해소해주는 통로였을 수도 있다.
그가 미간을 좁히고, 목을 살짝 떨고는 왼쪽 주먹을 번쩍 들어 올릴 때, 묘한 쾌감마저 들게 했다. 인생의 어려움을 여러 번 겪고, 극복하고, 또다시 도전했던 우리 모두는 ‘장민호’였다. 그가 경연 뒤 소감을 말했던 영상 속에서 “극복의 시간이었다. 이것조차 못하면 내가 과연 살면서 무엇을 해낼 수 있을까”라고 했던 말이 다시 머릿속에서 메아리쳤다. 자신을 내려놓는다는 것, 초심으로 돌아가 시작한다는 것, 무너져도 다시 일어나는 것, 그 모든 것을 장민호는 매일 매일 보여주고 있었다.

각종 방송에서 ‘예능’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나이의 제물’이 되어주는 장민호는 이날도 “아이고 되데이(힘들다)”라며 쓰러지는 포즈를 연출하기도 했다. 평소 콘서트라면 “장민호!”라는 연호로 그를 일으켜 세웠을 것이다. 함성 대신 박수로 그를 다시 서게 한 팬들을 위해 “정말 긴 시간 기다리셨을 것 같다. 저희 역시 방송을 하면서 직접 뵐 수 있는 날이 언제 올까 손꼽아 기다렸는데 오늘, 바로 부산이다”라더니 “직접 만나뵀는데 어떻게 저희가 힘들 수 있겠어요. 진심으로 반갑고 큰 응원 주셔서 진심으로 반갑습니다”라고 톱 6의 ’90도 인사'를 유도했다. ‘맏형’ ‘범절’이 마치 ‘장민호’라는 단어로 치환되는 것 같았다.
예술가는 평생이 예술가라지만 젊은 스타들이 계속 탄생하는 대중문화 물결 속에 ‘나이’ 얘기는 그에게 어쩌면 굳이 다시 얘기하고 싶지 않은 주제일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이든 콘서트 현장에서든 후배들 앞에서 먼저 망가지는 걸 애써 감수한 그였다. 국내 최정상 디자이너로 꼽히는 장광효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최고의 외모”로 꼽았던 장민호인 만큼 ‘젠체하는 선배’가 아닌 ‘함께 하는 친구이자 동료’로 자신을 보아주길 더 원했을 수도 있다.
그가 서울 콘에서는 보지 못했던 곡으로 새롭게 선택한 건 ‘쑥대머리’. 춘향이 이도령을 너무 보고 싶어 그립고 애틋한 마음을 그린 가사로, 이러한 무대를 그리워하고 그렸던 장민호의 ‘오늘’을 보여주는 듯한 선곡이었다. “직접 여러분을 뵙는다는 게 정말 꿈만 같은 시간이에요. 공연이 너무너무 어렵게 진행됐고 이 자리 가득 메워주신 거 보면서 출연진들이 감동했어요. (코로나 때문에) 마음 편히 공연을 즐기로 올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도 이렇게 와 주신 것에 더더욱 앞으로 힘내서 노래할 수 있는 힘이 오늘 저녁, 고스란히 전달이 됐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이 말에 가만히 있을 이는 아무도 없었다. 방송 중 특유의 힘 뺀 유머로 청중을 들었다 놨다 했던 그는 “함성은 자제라 엄청난 박수 속에서도, 그 와중에 ‘잘 생겼다’는 소리는 유독 잘 들리네요”라고 입을 열더니 “영웅아 팬이 너 잘 생겼단다”라며 팬을 다시금 웃게 만들었다. 정동원이 ‘인간 비타민’이라면 ‘인간 스트레스 치료제’쯤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그는 트롯맨을 일일이 챙기며 ‘친구여’ 합동 무대에서도 트롯맨들에게 일일이 어깨를 토닥이며 어깨동무를 해주며 ‘맏형’의 풍모를 다시금 과시했다. ‘앵콜’을 시원스레 할 수 없는 분위기에 암전 속에서 일부 팬들이 끝난 줄 알고 자리를 뜨자 “아직 가시지 마세요”라며 스스로 스태프 역할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팬들을 향해 인사하는 것도 좌우 360도 앞뒤로 하자고 트롯맨을 선도했고, “앞으로 좋은 노래, 멋진 무대 보여 드리기 위해 노력할 테고.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탑 6 되겠다”고 다시금 팬들과의 약속을 확인했다. “민호특공대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팬들의 특공대, 트롯맨들을 지켜주는 특공대 같았던 그는 장민호였다.

조선일보 김동환 기자님 감사합니다